[편지] 열세 살의 나에게
2021-10-2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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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y김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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열세 살의 나에게
안녕? 나는 스무 살의 나야. 물론 네가 이 편지를 받지는 못하겠지만, 그래도 그냥 괜히 너한테 편지를 쓰고 싶었어.
아홉 살, 사촌 언니를 통해 알게 된 게임이었던 알투비트는 당시 너에게 있어 최고의 게임이었지.
노래를 듣는 것도, 부르는 것도 좋아했던 너에게 알투비트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게임이었던 거야.
밖에서 뛰어 노는 것도 좋아했지만, 사촌 언니와 동생과 함께 하는 알투비트가 나에게는 더 재미있었어.
학교를 마치자 마자 집으로 뛰어 와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알투비트만 하던 때도 있었지.
점점 학년이 올라갈수록 "이제 곧 중학생이니까 공부해야지." 라는 어른들의 말에,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,
숙제를 하고,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새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더라.
이제 와서 보면 그때 했던 공부가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친 건 아니었는데도 말이야.
그렇게 게임 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, 나중에는 오히려 다른 게임들을 하느라 알투비트는 잠깐씩만 하게 되고,
조금씩 잊혀질 때 즈음 갑자기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소식이 들리더라.
처음 시작했던 온라인 게임이라서 그런지, 삼 년 동안 했던 게임이라 그런지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 했던 것 같아.
서비스를 종료하는 날에는 그냥 게임도 안 하고 접속만 한 상태로 캐릭터를 보고만 있었는데, 기분이 정말 이상하더라.
실제 내 모습도 아니고, 어린 나이에 캐시 충전은 하나도 하지 않았으면서 코인으로 최대한 내 눈에 예뻐보이는 옷을 입히고...
레벨도 열심히 올렸던 기억이 나.
게임을 하는 내내 많은 업데이트가 있었고, 새롭게 추가된 기능도 꽤 있었던 것 같은데...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
사촌 언니와 동생과 함께 처음 달렸던 그 순간이었어.
나보다 두 살 어린 동생과, 나보다 두 살 많은 사촌 언니랑 같이. 노래는 오렌지 캬라멜의 립스틱이었다는 것도, 맵은 무슨 학교 맵이었다라는 것까지 기억도 나네.
말이 많이 길어진 것 같네. 서비스 종료하는 걸 보고 펑펑 울었던 그때의 너는, 벌써 스무 살의 대학생이 되었어.
중간에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, 그래도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어.
수고 많았어. 앞으로도 넌 계속 나아갈 거야.
알투비트에서도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달리잖아? 너도, 나도 마찬가지야.
그러니까 알투비트가 다시 나오면, 잠깐 정도는 내가 그때의 너로 돌아가도 괜찮지 않을까?
이만 줄일게.
넌 잘하고 있어.
스무 살의 내가
안녕? 나는 스무 살의 나야. 물론 네가 이 편지를 받지는 못하겠지만, 그래도 그냥 괜히 너한테 편지를 쓰고 싶었어.
아홉 살, 사촌 언니를 통해 알게 된 게임이었던 알투비트는 당시 너에게 있어 최고의 게임이었지.
노래를 듣는 것도, 부르는 것도 좋아했던 너에게 알투비트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게임이었던 거야.
밖에서 뛰어 노는 것도 좋아했지만, 사촌 언니와 동생과 함께 하는 알투비트가 나에게는 더 재미있었어.
학교를 마치자 마자 집으로 뛰어 와서는 컴퓨터 앞에 앉아 알투비트만 하던 때도 있었지.
점점 학년이 올라갈수록 "이제 곧 중학생이니까 공부해야지." 라는 어른들의 말에,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,
숙제를 하고,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새 컴퓨터 앞에 앉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더라.
이제 와서 보면 그때 했던 공부가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친 건 아니었는데도 말이야.
그렇게 게임 하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고, 나중에는 오히려 다른 게임들을 하느라 알투비트는 잠깐씩만 하게 되고,
조금씩 잊혀질 때 즈음 갑자기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소식이 들리더라.
처음 시작했던 온라인 게임이라서 그런지, 삼 년 동안 했던 게임이라 그런지 괜히 기분이 싱숭생숭 했던 것 같아.
서비스를 종료하는 날에는 그냥 게임도 안 하고 접속만 한 상태로 캐릭터를 보고만 있었는데, 기분이 정말 이상하더라.
실제 내 모습도 아니고, 어린 나이에 캐시 충전은 하나도 하지 않았으면서 코인으로 최대한 내 눈에 예뻐보이는 옷을 입히고...
레벨도 열심히 올렸던 기억이 나.
게임을 하는 내내 많은 업데이트가 있었고, 새롭게 추가된 기능도 꽤 있었던 것 같은데...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
사촌 언니와 동생과 함께 처음 달렸던 그 순간이었어.
나보다 두 살 어린 동생과, 나보다 두 살 많은 사촌 언니랑 같이. 노래는 오렌지 캬라멜의 립스틱이었다는 것도, 맵은 무슨 학교 맵이었다라는 것까지 기억도 나네.
말이 많이 길어진 것 같네. 서비스 종료하는 걸 보고 펑펑 울었던 그때의 너는, 벌써 스무 살의 대학생이 되었어.
중간에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, 그래도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어.
수고 많았어. 앞으로도 넌 계속 나아갈 거야.
알투비트에서도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달리잖아? 너도, 나도 마찬가지야.
그러니까 알투비트가 다시 나오면, 잠깐 정도는 내가 그때의 너로 돌아가도 괜찮지 않을까?
이만 줄일게.
넌 잘하고 있어.
스무 살의 내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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